
요즘 10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인터넷, 온라인 게임과 함께 자라난 세대다. 부모 세대가 ‘현금 지갑’과 ‘통장’으로 돈을 느꼈다면, 10대들은 게임 아이템, 구독 서비스, 쿠팡 장바구니, 토스나 페이 앱 속의 숫자로 돈을 접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돈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식과 감각은 완전히 다르다. 게임 아이템 구매, 온라인 쇼핑 중독, 순간적인 감정에 따른 충동 소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소비 습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10대가 실제로 겪는 충격적인 경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게임머니의 함정, 용돈 관리의 실패, 쿠팡 중독이라는 세 가지 모습을 통해 디지털 세대가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리고 올바른 경제 감각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게임머니의 함정: ‘가상 돈’이 진짜 돈보다 무섭다
10대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돈의 형태 중 하나가 게임머니다. 게임 속에서는 ‘다이아’, ‘코인’, ‘젬’ 같은 이름을 달고 등장하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부모의 카드 결제나 휴대폰 소액결제다. 화면에는 숫자와 아이콘만 보일 뿐이어서 실제 돈을 쓰고 있다는 감각이 약해지기 쉽다. 예를 들어 한 중학생이 스마트폰 게임에서 한정 캐릭터를 뽑기 위해 3개월치 용돈을 모두 쏟아붓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부모의 카드 정보를 기억해 무단으로 수십만 원을 결제한 사례가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몇 번 더 뽑으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한 달 생활비가 통째로 빠져나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게임머니의 위험은 ‘진짜 돈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현금을 지불할 때는 지갑이 얇아지는 느낌이 분명하지만, 게임에서는 단지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는 행위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특히 가챠, 랜덤 박스처럼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은 아이들의 심리를 집요하게 자극한다. “이번에는 나올 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썼으니까 이제 멈추면 손해다”라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불확실한 보상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쓰게 만든다. 이는 도박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아직 자기 통제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10대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지털 속의 돈도 똑같은 진짜 돈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결제를 할 때마다 “이게 현금으로 얼마인지”를 함께 계산해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이아 1,000개가 11,000원이라면, 치킨 한 마리 값, 학용품 한 세트 값과 비교해보는 식이다. 또 부모와 함께 ‘한 달 게임 결제 상한선’을 정하고, 그 한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결제를 막는 설정을 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게임을 아예 금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게임 속 소비도 현실의 경제활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용돈관리의 실패: 계획 없는 자유는 곧 낭비
“아이에게 돈을 자유롭게 쓰게 해야 경제 감각이 자란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자유는 분명 필요하지만, 그 자유가 ‘아무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주어지면 대개 낭비로 흘러간다. 한 고등학생의 사례를 보자. 이 학생은 매달 일정 금액의 용돈을 받았지만, 월초가 되면 친구들과의 외식, PC방, 온라인 쇼핑에 몰아서 사용해 이틀 만에 용돈을 모두 써버리곤 했다. 그 다음부터는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부모에게 “이번 달만 좀 더…”라고 부탁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이 학생에게 남은 것은 구매한 물건이 아니라, ‘돈은 항상 부족하고,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이었다.
용돈은 단순히 “마음대로 써도 되는 여분의 돈”이 아니라, ‘작은 월급’처럼 다뤄져야 한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에게 예산 계획이 필요하듯, 10대에게도 용돈 예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달 용돈이 5만 원이라면, 그중 2만 원은 저축, 1만 원은 식비, 1만 원은 문화·취미, 1만 원은 예비비처럼 나누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돈은 계획을 세워야 오래간다”는 경험을 몸으로 익힐 수 있다.
구체적인 훈련 방법도 중요하다. 첫째, ‘용돈 사용 계획표’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어떤 용도로 얼마나 쓸 것인지 미리 적어보게 하면,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긴다. 둘째, ‘일일 소비 기록’을 남기게 한다. 노트나 메모 앱에 하루 동안 사용한 금액과 사용처를 간단히 적는 것만으로도, 어디에서 돈이 새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목표 저축’을 설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아껴라”가 아니라, “3개월 동안 매달 2만 원씩 모아서 6만 원짜리 헤드셋을 사보자”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아이는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소비를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용돈 관리는 결국 미래 자산 관리의 축소판이다. 계획 없이 쓰고 부족하면 또 요구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카드 돌려막기나 급전 대출에 쉽게 손을 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10대 시절부터 용돈을 ‘작은 월급’처럼 다뤄본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급여를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예산을 나누고 저축과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그래서 용돈은 단순한 ‘아이 돈’이 아니라, 평생 재정 습관을 설계하는 중요한 교육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쿠팡 중독: 클릭 한 번이 부른 소비의 늪
온라인 쇼핑은 이제 어른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쿠팡, 무신사, 알리익스프레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은 10대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플랫폼이 되었다. 특히 ‘로켓배송’, ‘오늘 출발’, ‘내일 도착’ 같은 문구는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주며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한다.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휴대폰 소액결제와 간편결제 기능을 이용해 매달 10건이 넘는 쇼핑을 했다. 한 번에 쓰는 금액은 5천 원, 1만 원처럼 크지 않았지만, 한 달이 끝난 뒤 요금 청구서에는 예상치 못한 금액이 찍혀 있었다. 결국 부모와의 큰 갈등으로 이어졌고, 학생은 “나는 그냥 싸고 필요한 것만 샀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쿠팡 중독의 핵심 문제는 ‘소비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데 있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는 직접 매장에 가서 비교해 보고, 계산대로 걸어가 현금을 내거나 카드를 긁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 자체가 소비에 일정한 진입 장벽을 만든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에서는 이 장벽이 거의 사라진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손가락 한 번만 움직여 ‘구매하기’를 누르면 된다. 심지어 주소, 결제수단, 비밀번호까지 자동으로 저장되어 있으면, 소비는 더 가벼워진다. “1만 원도 안 하니까 괜찮겠지”, “배송비 아깝지 않게 하나 더 사자”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장바구니 대기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바로 결제하지 말고, 최소 하루 이상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습관을 들이면 충동구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둘째, 부모와 함께 ‘한 달 온라인 결제 한도’를 정하고, 통신사나 결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소액결제 제한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매주 또는 매달 한 번씩 가족이 함께 결제 내역을 확인하며 “이 물건은 정말 필요했는가?”, “비슷한 물건이 이미 집에 있지 않았는가?”를 이야기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단순히 혼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함께 점검하는 ‘가정 경제 회의’를 여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은 완전히 나쁜 것이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원하는 물건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는 태도다. 10대 시기에 온라인 쇼핑과 거리 두기를 배우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쇼핑앱부터 여는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의 작은 소비 습관이 앞으로의 재정 상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대 시기의 소비 패턴은 단순한 ‘철없던 시절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머니에 무감각해지는 경험, 계획 없이 용돈을 탕진하는 경험, 쿠팡과 온라인 쇼핑에 중독되는 경험은 모두 “돈은 들어오면 그냥 나가버리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강화한다. 반대로, 같은 10대 시기에 “게임 결제도 진짜 돈이다”, “용돈은 작은 월급이다”, “클릭 한 번이지만 내 노동시간이 들어간 결과다”라는 감각을 익힌다면, 그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돈을 훨씬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다.
경제 교육은 어려운 이론을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선택을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생활 기술’이다. 오늘부터라도 10대 스스로, 혹은 부모와 함께 “왜 돈을 쓰는가, 무엇을 위해 쓰는가, 얼마나 쓰는 것이 적당한가”를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환경은 앞으로 더 빠르게, 더 자극적으로 우리를 소비로 유혹할 것이다.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릴 때부터 건강한 돈 감각을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된다. 결국 경제 감각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평생을 지켜주는 생존 기술이며,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