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일본 경제가 최근 다양한 지표에서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저금리와 디플레이션, 고령화로 대표되던 일본은 엔화 약세, 부동산 회복, 수출 호조 등으로 반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과연 일본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세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본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자.
엔화 약세와 그 의미
최근 몇 년간 일본 엔화는 주요 통화 대비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한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일본 기업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 산업 등 전통적인 일본 수출 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엔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와 식료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가치 하락은 생활 물가를 자극한다. 특히 일본 내 인플레이션은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낯선 현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최근까지도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해 왔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점진적인 정책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또한, 엔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기회로 비친다. 일본 내 자산 가격이 외화 기준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해외 자본이 일본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실제로 일본 도쿄, 오사카의 핵심 상업지구에는 외국계 펀드와 투자사들이 부동산 매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움직임
한때 거품경제의 붕괴로 악명 높았던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거품이 터진 이후 3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던 일본 부동산은 엔화 약세, 외국인 투자 증가, 도시 집중 현상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가격이 반등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도쿄 23구를 중심으로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요 회복에 기반한 상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를 들어, 도쿄의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재택근무 확산 이후에도 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 수요가 유지되고 있으며, 고급 주거지나 브랜드 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과 인프라 재건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속철도 노선 확장, 스마트시티 개발, 관광 활성화 정책 등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 및 숙박시설 개발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도심 외곽이나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일본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지역 간 양극화를 동반하고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입지 선택이 매우 중요해졌다.
수출 산업의 반등 가능성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중 하나는 수출 산업이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장비, 산업용 로봇, 정밀기계 분야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여전히 강한 분야다. 최근 엔화 약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일본 수출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 기술에서는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도쿄일렉트론, 니콘, 키엔스 등 일본 기업들은 세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본은 안정적인 파트너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지역 대신, 기술력과 신뢰성이 확보된 일본 기업과의 거래를 선호하는 다국적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제조업체들도 수출 확대의 기회를 맞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인력 부족과 고령화는 수출 산업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젊은 노동력의 감소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자동화 및 외국인 인력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경제는 분명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이 활기를 되찾고, 부동산 시장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전통적인 제조업 역시 다시금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고령화, 저출산, 내수 정체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균형, 외국인 투자 유치, 노동시장 개혁 등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의 다음 10년이 다시 황금기로 향할 수 있을지, 전 세계 경제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