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현재,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인도가 전례 없는 성장세로 ‘세계의 새로운 공장’으로 부상하는 반면, 중국은 과거의 고속 성장을 뒤로한 채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이탈, 외자유출, 미중 신냉전이라는 3대 요인이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인도의 부상과 중국 경제의 흔들림을 중심으로 그 배경과 의미를 분석한다.
공장이탈: 중국 제조업의 위기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은 더 이상 제조업 중심지의 지위를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2022년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잇따라 중국 밖으로 이전하면서,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애플, 삼성, HP, 델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생산라인을 옮긴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다. 2025년 기준 중국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인도의 약 3배 수준으로, 저비용 경쟁력을 잃었다. 둘째,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시진핑 정부의 통제 강화, 외자 규제, 기술 검열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 셋째, 공급망 안정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이후, 기업들은 ‘한 나라 의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이 틈을 기회로 삼았다. ‘Make in India’ 정책, 저렴한 노동력, 영어 기반의 인력 인프라, 민주주의 체제를 무기로 제조업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 조립라인이 인도로 이전하면서 상징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인도는 2025년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의 15% 이상을 담당하며, 아시아 제조 생태계의 새로운 허브로 자리잡았다. 반면 중국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 중소기업 도산, 내수 침체 등 복합적인 타격을 겪고 있다.
외자유출: 글로벌 자본의 중국 탈출
중국 경제를 떠받쳐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급속히 줄고 있다. 2024년 이후 중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자본 이탈이 본격화되었고, 2025년 들어 위안화 환율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외자탈중국(FDI Exodus)’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원인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다. 미국이 반도체, 클라우드, AI 기술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의 첨단산업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 동시에 시진핑 정부의 자본 규제, 빅테크 통제, 사교육 산업 탄압 등 반시장적 정책들이 외국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증가가 겹치면서 외국 자본은 ‘중국 리스크’를 피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부상한 곳이 바로 인도다. 인도는 세계 자본이 몰리는 ‘신흥 자본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뉴델리와 뭄바이는 아시아의 새로운 IPO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은 인도의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핀테크, 헬스케어, 전기차, 반도체 조립 산업에서 인도는 중국의 대체지로 급부상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리스크는 줄이고, 시장은 키우는 곳이 인도”라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본 흐름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재편을 의미한다.
신냉전 구도: 미중 패권경쟁과 글로벌 질서의 재편
중국 경제 둔화의 근본 배경에는 미중 간 ‘신냉전’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이후 반도체 수출 제한, AI 기술 봉쇄, 관세 유지, 동맹국과의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첨단기술 산업에서 고립되고 있으며, ‘내순환(內循環)’ 전략으로 자국 시장 중심의 경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소비 위축과 혁신 둔화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와 달리 인도는 미국 및 서방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쿼드(QUAD),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등 주요 경제·안보 협력체에서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으며, 미국과 일본의 공급망 재편 계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도는 ‘비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서방 진영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투자와 기술 유입을 극대화하는 현명한 행보로 평가된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성장모델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수출 의존, 부동산 중심 성장, 국가주도 경제라는 기존 틀은 이미 시대적 효용을 잃었다. 반면 인도는 인구 보너스, 디지털 혁신, 글로벌 투자 유입이라는 세 가지 성장 축을 기반으로 ‘신(新)경제대국’으로 도약 중이다.
2030년대에는 GDP 규모에서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가 간 경제 순위의 변화가 아니라, ‘개방과 혁신 대 통제와 폐쇄’의 경쟁이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결국 2025년의 글로벌 경제는 ‘인도의 부상과 중국의 둔화’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제조업 중심의 중국 모델이 흔들리는 사이, 인도는 인구, 기술, 자본을 무기로 새로운 성장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공장이탈, 외자유출, 신냉전이라는 3중고 속에서 중국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가 향후 세계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차이나 이후(After China)’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인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