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현재, 엔고와 유로화 환율 변동, 유럽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유럽 여행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은 여전히 인기 여행지로 꼽히며 각기 다른 매력과 소비 구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여행자의 입장에서 가장 체감되는 것은 단연 ‘물가’다. 본 글에서는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의 물가를 식비, 숙박비, 교통비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비교하고, 보다 실속 있는 여행을 위한 현실적인 정보를 정리한다.
이탈리아: 낭만과 함께 오른 식사비
이탈리아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도시마다 독보적인 역사와 미학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유럽에서도 물가가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관광객 증가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외식비 상승이 두드러졌다. 일반 식당에서 점심 메뉴는 평균 15~20유로(약 22,000~29,000원), 저녁은 25유로 이상이 일반적이다. 피자 한 판이나 파스타 한 접시도 10~15유로 수준으로, 한 끼 식사에 한국의 중고급 식당 수준의 비용이 든다.
이탈리아의 카페 문화는 매력적이지만, ‘자리값’이라는 독특한 가격 구조가 존재한다. 바(Bar)에서 서서 마시면 1~2유로면 되는 에스프레소가, 자리에 앉아 마시면 3~5유로로 뛰는 경우도 많다. 이는 관광객이 가장 자주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 중 하나다. 하지만 현지 마트나 슈퍼를 활용하면 식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마트에서 파스타 재료를 직접 사서 요리하거나, 테이크아웃 피자와 와인을 구매해 즐기면 여행 경비를 절반가량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와인은 저렴한 편으로, 3~5유로면 현지 생산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도시별로 물가 편차도 크다. 베네치아나 로마 중심가에서는 물가가 급등하지만, 외곽 지역이나 현지인 거주 지역으로 이동하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이탈리아 여행의 핵심은 ‘지역 선택’과 ‘현지식 활용’이다.
독일: 규칙적인 구조 속 합리적인 물가
독일은 유럽 주요국 중에서도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나라로 평가된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조차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가격 구조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이다. 일반 식당의 점심은 12~15유로, 저녁은 18~25유로 정도이며, 대도시 외곽이나 중소 도시에서는 10유로대에도 충분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독일 여행의 숨은 강점은 ‘Imbiss(임비스)’ 문화다. 거리 곳곳의 노점이나 간이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소시지, 커리부어스트, 감자튀김 등은 5유로 내외로 간단하면서도 만족도가 높다. 또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Aldi), 리들(Lidl)은 유럽 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현지식 장보기로 식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수 1리터는 0.3유로, 맥주는 1유로 미만으로 구입 가능하다.
숙박비는 도시별 편차가 크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는 비즈니스 수요가 많아 1박 100유로 이상이지만, 중소 도시에서는 60~90유로 선의 깔끔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교통비 측면에서도 독일은 합리적이다. 독일 철도청(DB)의 ‘독일 패스’나 각 주별 ‘1일 교통권(Länder-Ticket)’을 활용하면 하루 30유로 내외로 광범위한 이동이 가능하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에 교통비 예측이 쉽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 편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스페인: 물가 저렴, 분위기는 최고
스페인은 여전히 유럽 내 ‘가성비 여행지’로 손꼽힌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세비야 등 인기 도시는 물론, 발렌시아나 말라가 같은 해안 도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다. 식당의 점심 세트 메뉴(Menu del día)는 10~13유로 수준이며, 전채·메인·디저트까지 포함된 구성이라 매우 실속 있다. 스페인 특유의 타파스 문화도 여행자에게 유리하다. 바에서 맥주나 와인 한 잔(2~3유로)을 주문하면 간단한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저렴하면서 현지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디저트와 커피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다. 카페 콘 레체(스페인식 라테)는 2유로 내외, 디저트는 3유로 이하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해산물이나 육류 요리 역시 지역 특색에 따라 다양하고, 남부 지역일수록 가격이 더 저렴하다. 숙박비 역시 유럽 평균보다 낮은 편으로, 도심 외곽의 아파트나 호스텔을 선택하면 1박 50~70유로 선에서 충분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교통비 역시 부담이 적다. 스페인은 고속철도(AVE)가 발달해 있으며, 미리 예매하면 도시 간 이동이 20~40유로로 가능하다.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나 부엘링(Vueling)을 이용하면 도시 간 이동을 항공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할 수도 있다. 유럽 내에서 ‘비용 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은 모두 유럽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탈리아는 낭만과 미식의 나라지만, 관광 중심지일수록 물가 부담이 크다. 독일은 안정된 경제 구조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예측 가능한 소비가 가능하며,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문화적 만족도가 높다.
결국 어떤 나라가 ‘가장 좋은 여행지’인지는 개인의 여행 스타일에 달려 있다. 미식과 예술을 즐기며 여유로운 일정을 원한다면 이탈리아, 효율적이고 깔끔한 여행을 선호한다면 독일, 가볍고 생동감 있는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스페인이 어울린다. 물가 비교는 여행 계획의 시작일 뿐, 진짜 여행의 가치는 현지의 삶을 체험하고 기억하는 데 있다. 예산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가치 있는 소비’를 찾는 것이 진정한 유럽 여행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