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한 마리 2만 원 시대, 라면 한 봉지 1,000원 돌파, 전기요금까지 연이어 인상되면서 사람들은 늘 말한다. “모든 게 너무 비싸졌다.” 장을 보거나 배달 앱을 열 때마다 이전보다 오른 가격이 눈에 들어오고, 월급은 그대로인데 쓸 돈만 줄어드는 느낌이 강해진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 불편함은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라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 뒤에서는 복잡한 경제 구조와 국제 정세, 기업의 전략, 소비자의 심리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치킨값, 라면값, 전기요금이라는 세 가지 익숙한 가격표를 통해 물가가 왜 오르는지, 물가 상승이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 경제 구조의 변화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를 풀어본다. 치킨집 메뉴판, 마트 라면 코너, 전기요금 청구서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뉴스에서 말하는 인플레이션과 환율, 원자재 가격, 에너지 정책 같은 복잡한 용어들이 생각보다 우리 삶과 가깝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치킨값: 공급망과 인건비의 압력
예전에는 1만 원만 있으면 가족과 함께 치킨 한 마리를 넉넉하게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만 원이 훌쩍 넘는 브랜드가 흔하고, 어떤 프리미엄 치킨은 3만 원에 가까운 가격표를 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킨값이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치킨 가격 상승을 단순히 기업의 탐욕이나 ‘치느님 프리미엄’으로만 보는 것은 현실을 일부만 보는 것이다.
치킨 한 마리의 가격에는 먼저 닭이라는 원재료 비용이 들어간다. 닭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료가 필요하고, 이 사료는 대부분 수입 곡물에 의존한다. 국제 곡물 가격이 전쟁, 기후위기, 물류 대란 등으로 인해 상승하면, 사료값이 오르고, 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다. 조류독감(AI)으로 인해 닭을 대량 살처분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어 가격이 급등한다. 즉, 치킨의 출발점인 닭고기 가격부터 이미 글로벌 공급망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치킨집에서 일하는 점주와 아르바이트 직원의 인건비, 그리고 배달을 담당하는 라이더의 인건비까지 모두 치킨 가격에 포함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배달 노동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모두 인건비 상승 요인이다. 라이더가 받는 배달료가 올라가면, 점주는 이를 음식 가격이나 배달료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며 지불하는 돈에는 누군가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이다. 최근 대부분의 치킨 주문은 배달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배달 플랫폼은 주문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는다. 점주 입장에서는 이 수수료를 감당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가게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까지 더해지면, 치킨 가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된다.
여기에 소비자의 선택도 치킨값을 밀어 올린다. 바삭한 튀김에 다양한 소스, 치즈 토핑, 순살, 콤보, 사이드 메뉴 등 ‘프리미엄화’된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기본 치킨보다 비싼 메뉴들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소비자가 단순한 한 마리 치킨보다 더 화려한 메뉴를 꾸준히 선택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과 고급화 전략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치킨은 더 이상 싸고 간단한 간식이 아니라, 하나의 ‘프리미엄 외식’으로 진화했다.
이렇게 보면 치킨값 상승은 특정 기업의 탐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료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인건비, 배달 플랫폼 구조, 점주의 수익 구조, 소비자의 프리미엄 선호가 모두 겹쳐진 결과다. 치킨 한 마리에는 단지 고기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노동, 플랫폼 경제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라면값: 원자재, 환율, 제조사의 눈치싸움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그래서 라면값 인상 소식은 언제나 큰 논란을 불러온다. “라면마저 비싸지면 서민은 뭘 먹고 사느냐”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한때 400~5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라면 한 봉지가 이제는 1,000원을 넘어서는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가격 변화 뒤에는 국제 원자재 시장과 환율, 제조사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숨어 있다.
라면의 핵심 원재료는 밀가루와 팜유다. 한국은 밀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적으로 밀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주요 수출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국제 밀 가격이 오른다. 전쟁, 이상기후, 물류 대란 같은 요인이 한 번 발생하면, 한국의 제분 회사들이 들여오는 밀 가격도 크게 오른다. 팜유 역시 주요 생산국의 기후 변화나 수출 정책에 따라 가격이 요동친다. 이 원재료 가격 상승이 라면 제조사의 생산비를 밀어 올린다.
환율도 빼놓을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같은 양의 밀과 팜유를 사들이는 데 더 많은 원화를 써야 한다. 여기에 라면 공장을 돌리는 전기요금과 가스비, 포장재로 쓰이는 비닐·종이 가격, 물류비, 인건비까지 모두 조금씩 오르면, 라면 한 봉지당 원가는 지속적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 모든 부담을 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라면이 ‘가격에 매우 민감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라면 가격이 100원만 올라도 크게 체감한다. 그래서 라면 제조사들은 몇 년 동안 원가 상승을 버티다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때 한꺼번에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비자는 “갑자기 100원이나 올랐다”라고 느끼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여러 해 누적된 원가 상승분을 한 번에 반영한 셈이다.
또한 라면 업체들 사이에는 치열한 경쟁과 눈치싸움이 존재한다. 한 회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서 가격을 올릴 명분이 생긴다. 반대로 아무도 먼저 올리지 않으려 할 때는,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버티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제품의 용량을 줄이거나, 이벤트를 줄이고, 구성품을 바꾸는 식으로 ‘조용한 인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라면값은 이렇게 국제 원자재 시장, 환율, 제조업 비용, 기업 간 경쟁, 소비자 심리까지 포괄하는 지표이다. 단순한 한 봉지의 가격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내 제조업 구조, 그리고 기업이 “언제, 얼마나, 어떻게 가격을 올릴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바로미터다. 라면 코너에서 가격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세계 경제의 파동이 우리 식탁에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읽을 수 있다.
전기요금: 보이지 않는 세금과 국가정책의 결정체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는 날이면 많은 사람이 ‘이번 달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여름철 에어컨,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전기요금 폭탄 맞았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어떤 구조로 결정되고, 왜 특정 시기에 크게 오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기요금은 일반 물건과 달리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한국전력이 정부의 통제 아래 요금을 책정한다. 이는 전기가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물가 안정과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일정 부분 가격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은 ‘경제 요금’이면서 동시에 ‘정책 요금’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LNG 가격이 폭등하거나,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비가 올라간다. 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초기 설비 투자 비용과 유지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비용도 전기 생산 비용에 포함된다. 이 모든 요소는 전기요금 인상의 잠재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부담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게 되고, 언제까지나 버틸 수 없게 되면 결국 큰 폭의 요금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때 비로소 국민은 “전기요금이 갑자기 많이 올랐다”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누적된 원가와 정책적 부담이 한 번에 반영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
또한 전기요금 체계에는 보이지 않는 ‘정책 신호’도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전기 사용량이 일정 구간을 넘으면 단가가 급격히 올라가는 누진제는, 국민에게 “전기를 아껴 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고려한 결정이고, 전기차 충전 요금을 일정 기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다. 이렇게 전기요금은 단순한 사용료를 넘어, 국가의 경제·에너지·환경 정책 방향이 녹아 있는 가격이다.
우리가 매달 납부하는 전기요금에는 국제 연료 가격, 탄소 정책, 에너지 전환 전략, 공기업의 재무 상태, 정부의 물가 관리 의지까지 다양한 요소가 겹쳐 있다. 그래서 전기요금은 “얼마나 썼느냐”보다 “이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에너지와 산업 정책을 가져가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경제·정치적 지표이기도 하다.
치킨값, 라면값, 전기요금은 단지 “비싸졌다”라고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공급망, 원자재 가격, 환율, 인건비, 플랫폼 구조, 국가 정책, 소비자 심리 등 복잡한 경제 요인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물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올랐는가, 내렸는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이유로, 어떤 구조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가”를 읽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금리 인상 같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마주하는 가격표 속에서 경제를 읽는 눈이다. 치킨 메뉴판을 볼 때, 라면 진열대를 지날 때, 전기요금 고지서를 펼쳐볼 때, 그 뒤에 숨은 경제 흐름을 한 번만 더 떠올려 본다면 우리는 이미 뉴스보다 똑똑하게 물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경제는 거대한 이론이 아니라, 매일 사는 물건 하나하나에 스며 있는 현실의 언어다.